제2차 세계대전 전략게임 ‘컴퍼니 오브 히어로즈’

명령도 이동도 함께…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산다

병사 한 명 아닌 분대 단위 플레이

전장 구현하는 섬세한 디테일

동상 입은 보병의 전투불능까지 표현

2개 분대의 조별 약진 등

효율적인 중소부대 운영이 승패 갈라

 

 

‘컴퍼니 오브 히어로즈’ 시리즈는 개별 유닛이 아닌 분대 단위의 컨트롤을 요구한다. 각 분대는 임무별로 개인화기 외에 대전차 화기, 중기관총, 박격포 등의 추가 화기로 무장하곤 한다. 필자 제공

실시간 전략 게임의 유행은 이제 한 시대를 마감하고 넘어간 느낌이다. 한때 ‘스타크래프트(Star-craft)’로 게임계를 지배하던 실시간 전략 게임은 이제 ‘리그 오브 레전드(League of Legends)’와 같은 AOS(Aeon of Strife) 게임, ‘오버 워치’ 등의 FPS(First-person shooter) 게임에 왕좌를 내줬지만, 여전히 전쟁의 국면을 다루는 게임으로서는 유효하다.

중-대대급의 현실 전장을 보여준 게임

그중에서도 현대 보병 전투의 흐름을 매우 그럴듯하게 전달하는 게임의 대표작으로는 ‘컴퍼니 오브 히어로즈(Company of Heroes)’ 시리즈가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의 주요 전장을 배경으로 총 2개의 정식 시리즈를 발매한 이 게임은 전장을 바라보는 여러 시점 중에서도 대략 중-대대급의 규모를 다룸으로써 특히 유사시 일선에서 전장을 직접 체험하게 될 장병들에게는 꽤 가까운 수준의 간접 체험을 게임 안에서 이뤄내고 있다.

선택·명령은 분대 단위로 가능

‘컴퍼니 오브 히어로즈’는 제목처럼 컴퍼니, 중대급 지휘관의 시점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게임이다. 한국군 편제 기준으로는 조금 증편된 수준의 게임 속 부대를 활용해 플레이어는 전선을 돌파하고 전략 목표를 확보하면서 적을 격퇴해 나가야 한다.

다른 실시간 전략 게임과 달리 ‘컴퍼니 오브 히어로즈’가 갖는 전장의 현실감 중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분대 단위의 편제다. 대체로 병사 하나, 차량 한 대를 컨트롤하던 이전 게임들과 달리 ‘컴퍼니 오브 히어로즈’ 시리즈는 유닛의 선택과 명령이 분대 단위에서 이뤄진다.

예를 들면 게임 속에서 기본 소총수 1분대는 총 여섯 명으로 이뤄진다. 교전 중 분대원 한 명을 따로 떼어서 이동시킬 수 없으며 이동과 엄폐, 교전은 반드시 분대 단위로만 이뤄진다. 중기관총, 박격포 등을 운용하는 지원화기 분대는 3인이 1개 분대를 구성하고 각 분대는 기관총, 박격포, 지정 사수 소총 등의 분대용 무기를 들고 있어 교전 시 부상, 사망 등의 상황에 무기를 떨구는 등의 일이 벌어진다.

개별 유닛이 아닌 분대 단위의 움직임으로 구성된 게임은 그래서 새로운 현실감을 만들어내는데, 바로 제압이다. 적절한 위치에 배치된 기관총 분대가 사격을 시작하면 상대측 보병 분대는 높은 확률로 제압된 상황에 들어가며, 모든 보병이 바닥에 엎드려 사격을 피해 기어 다니는 바람에 기동력과 공격력이 떨어지게 된다.

제압상황이 심해지면 분대의 사기가 ‘0’이 돼 자동으로 퇴각하는 사태도 등장한다. 지속적인 분대원 사망과 부상, 심한 제압 상황 등은 지속적으로 분대의 사기를 떨어뜨리게 된다. 사기가 0이 된 분대는 플레이어의 명령마저 무시하고 전장을 이탈해 도망치게 되는 등 ‘컴퍼니 오브 히어로즈’ 속의 상황들은 실제 중-대대급의 전투 상황에서 마주할 수 있는 전장 요소들로 가득 차 있다.

‘컴퍼니 오브 히어로즈’ 2편에서는 동부전선의 혹한 환경도 담아냈다. 모닥불이나 건물 안을 활용하지 않으면 동장군에 패한다. 필자 제공

‘컴퍼니 오브 히어로즈’ 2편에서는 동부전선의 혹한 환경도 담아냈다. 모닥불이나 건물 안을 활용하지 않으면 동장군에 패한다. 필자 제공

지형과 추위까지 구현

전장의 현장을 구현하기 위한 디테일은 분대와 사기에만 머물지 않는다. 게임 내에 등장하는 차량들은 공격을 받아 파괴될 때 부위별 파괴의 형태를 가진다. 전차가 이동 중에 지뢰를 밟으면 궤도 파괴가 발생하고, 적 대전차 화기에 잘못 맞으면 주포만 고장 나기도 한다. 전면장갑 개념도 도입돼 있어 후방에서 피격받을 경우 바로 엔진 고장을 일으키는 등의 개념 때문에 전차 등의 차량 운용은 현실의 교리를 저절로 따르게 돼 있다. 심지어 제2차 세계대전기의 동부전선을 다룬 시리즈 2편에는 혹한기 전투를 상정해 추위 개념이 들어 있어, 보병들이 야지에서 오랫동안 한기에 노출될 경우 동상 등으로 인해 전투불능이 되는 부분까지도 게임은 그려내고 있다.

깊이 있게 묘사한 2차세계대전

이런 세세한 디테일이 겹쳐져 그린 전장은 현실의 소부대 전투기술이 왜 등장했고 어떤 의미로 실전에서 작용하는지를 보여주는 살아 있는 교범이 되기도 한다. 적의 중기관총 화망으로 막힌 진격로를 확보하기 위해 플레이어는 2개 분대의 조별 약진을 통해 전진하고, 엄폐물과 엄폐물 사이를 전속력으로 약진해 이동하며, 강한 엄폐물 뒤에서 방어하는 적을 처리하기 위해 포병의 지원사격을 요청하게 된다. 단순하게 유닛을 많이 생산해 전선에서 소모시키는 전술로는 승리를 도모할 수 없는, 효율성과 사기를 고려한 말 그대로의 중소부대 운영을 필요로 하는 것이 ‘컴퍼니 오브 히어로즈’ 시리즈가 추구하는 전략전술성이다.

제2차세계대전은 현재까지도 많은 군사 편제와 장비, 교리에서 실전의 근거로 채택하고 있는 거대한 규모의 현대전이었다. 그래서 현실적으로 그려낸 2차 세계대전에 관한 전략 게임들은 단순한 게임의 재미를 떠나 어떤 면에서는 사료로서, 어떤 면에서는 현실의 군사교리에 대한 체험과 검증으로서 기능하기도 한다. ‘컴퍼니 오브 히어로즈’ 가 가진 현실 전장에 대한 깊이 있는 묘사는 그래서 현대전의 교리를 다룰 줄 아는 사람이라면 선뜻 지나치기 어려운 게임일 것이다.

<이경혁 게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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